조계종의 직영사찰은 말 그대로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운영하는 사찰로, 1994년 종단개혁의 산물이다. 1994년 10월 재정이 우량한 사찰을 종단 최고책임자가 엄정하게 관리함으로써, 종단의 재원 확충과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직영사찰법이 만들어졌다.

최근 종단 쇄신의 골자인 재정 투명화의 기초 작업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2011년 9월 개정된 직영사찰법은 관리인의 임기 보장(2년)과 중앙종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명시했다. 역랑을 최대한 끌어낼 목적으로 ‘지역 불교계의 얼굴’인 관리인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관리인에 대한 업무평가 계획을 담은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직영사찰의 사세 성장이 눈에 띈다. 대폭 늘어난 사찰 수입이 이를 방증한다.

직영사찰은 총무원장 스님이 당연직 주지이지만, 업무효율을 위해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관리인(대외적으론 으레 ‘주지’로 표현)이 직무를 대리한다.

개개 사찰 성격 맞춰 업무평가기준 차별화

왜곡된 도박추문 불구 선본사 보문사 등 ‘상승’

조계사는 증감률 0%

현재 직영사찰은 서울 조계사, 봉은사, 경산 선본사를 비롯해 서울 약사사와 강화 보문사 등 5곳이며, 서울 국제선센터는 직영기관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들로부터 매년 2월 전년도 업무평가서를 보고받고 있다. 종무행정, 신도조직 및 교육, 법회, 포교, 지역관리, 재무가 평가항목이다. 여기에 총무원장 스님을 위시해 총무부장 기획실장 재무부장 스님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덧붙여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5단계 등급 가운데 ‘을’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재임명에 반영된다. 곧 을에 못 미칠 경우 재임이 곤란해진다는 이야기다.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직할교구 주지인사고과제와 같은 맥락에 서 있는 제도다.

업무평가표를 보면 평가가 피상적인 겉치레가 아님을 대번에 알 수 있다. 평가항목마다 4~5가지의 성과지표로 나눠지며 10점 만점에서 0점까지 ‘깐깐하게’ 심사한다. 예컨대 재정 공개를 분기별에 하면 10점, 반기별은 7점, 연도별은 1점, 미공개는 0점이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몇 번이나 여는지, 정기법회 및 어린이 청소년법회에 신도가 꾸준히 참석하는지, 복지시설은 몇 개나 어떻게 운영하는지와 함께, 매월 정기수입과 장학후원 사업비의 증감률까지 세세하게 따진다.

더구나 총무원장 스님은 분기별로 직영사찰 관리인 회의를 열어 운영현황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명분이 확실한 데다 사실상 상시평가 시스템이니, 열심히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능력에 따른 인사원칙 기조만

유지된다면 순조로움 계속될 듯

무엇보다 개개 사찰의 성격에 맞춰 업무평가의 기준을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숫자놀음도 아니다. 조계사 봉은사 약사사 국제선센터가 수도 서울의 요지에 위치한 포교거점사찰이라면, 선본사와 보문사는 전통적인 기도도량이다.

곧 전자는 종단 목적사업에 무게를 싣고, 후자는 재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상태만이 아니라 향후 사찰운영의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업무평가의 또 다른 의의”라는 게 총무부장 지현스님의 설명이다.

시행령이 개정된 지 6개월 남짓.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변화는 분명하다. 우선 예년에 비해 늘어난 금년 부처님오신날 수입이 손에 잡히는 증거다. 총무원 총무부에 따르면 언론의 선정보도로 인해 과장 왜곡된 도박 추문에도 선본사가 24%, 보문사가 18%, 봉은사가 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주지 스님의 사임이라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조계사의 수입에 변동이 없었다(증감율 0%)는 사실은 괄목할 만하다. “매일 아침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108배 참회정진과 전 주지 토진스님의 참신하고 역동적이었던 사찰운영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신도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게 총무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계사는 기복이 아닌 나눔의 정신을 되살린 생전예수재, 승보공양운동의 적극 동참 등 직영사찰다운 행보로 주목받았다. 봉은사는 직영 이후 외려 재정이 튼튼해지면서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업무평가제의 도입으로 능력에 따른 인사 원칙이란 기조만 유지된다면, 순조로운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불교신문 2828호/ 6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