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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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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안 강행처리’ 관련 前교육원장 무비스님 특별기고   
 
 
산사의 날씨가 어느새 차가워 졌다. 날씨 탓인가. 식을 대로 식어버린 배려 없는 그들의 마음 탓인가. 연평도 포격의 참화가 채 잊혀 지지 않은 세밑에 여의도에선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당의 반대와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다.
 
특히 한국전통문화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 널리 알려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과연 현 정부와 여당이 민족문화 수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후 종단에서는 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여권 인사들의 사찰출입을 금지하는 등 잇따라 강경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총무원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현 정부 출범이후 계속된 종교편향 정책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이같은 강경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무원 성명서에 나타나 있듯이 스님과 불자들은 더 이상 현 정부에 대한 기대나 지원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시정시키는 노력과 함께 우리의 자주성을 제고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행과 포교이다.
 
총무원은 “수행과 신도 교육, 포교 등 종교 본연의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는 1700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다. 조선시대 억불숭유의 암흑기를 500년이나 보냈고, 일제강점기에는 왜색불교의 공격을 견뎌냈다. 해방 후에도 난관은 계속됐다.
 
정부의 친기독교 정책에 맞서 민족불교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1980년에는 10.27법난이라는 전대미문의 참혹한 역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같은 역경을 이겨낸 근저에는 수행과 포교가 있었다. 아무리 거센 외부의 도전도 부처님 제자의 위의(威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출가수행자는 물론 재가불자들도 불법(佛法)에 의지해 파사현정과 정법수호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이같은 힘으로 역경을 돌파했고, 한국불교의 명맥을 계승할 수 있었다.
 
2010년 12월. 한국불교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민족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불교 무시 정책’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우리 2000만 불자들은 내부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더 이상 외부에 의지하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한다. 자주성(自主性)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관건이다. 그리고 자주성은 출가수행자와 재가불자들이 수행과 포교, 교육에 전념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한국불교는 이번 시험대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불자로서 썩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정확하고도 면밀하게 살펴서 한편 깊이 자성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 이번 일의 관계자들에게 역사문화의 가치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시킴과 아울러 한국의 전통적 문화 콘텐츠를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선양하는 일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또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외국인을 만나면 언필칭 반만년의 역사를 운위하면서 그 역사의 내용이 무엇인지 역사 속에 녹아있는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못하고 벙어리가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음을 다 알 것이다. 참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무지에 통탄을 금할 길 없다.
 
종단에서는 현수막을 내걸고 신문지상에 강경한 어조만 남발하는, 마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에 대응하듯이 할 것이 아니라 이 순간부터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일어서야 할 것이다. 출가해서 죽은 듯이 선방에서 또는 강원과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현실문제에는 아무런 관심도 영험이 없는 무지렁이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 우리가 언제 그렇게만 살았던가.
 
앞에서 살펴본 대로 1700년의 우여곡절을 다 겪어 온 한국불교가 아닌가. 그리고 스님들을 앞에서 이끌어 주고 뒤에서 받쳐주는 2000만 불자들이 있지 않은가. 언제 우리가 국비를 받아서 절을 짓고 사찰을 보수하고 먹고 입으며 수행했던가.
 
불과 근래의 몇 년간의 일일뿐이다. 종단 행정과 사찰의 운영을 맡은 소임자들은 깊이 통찰해서 분연히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시퍼런 동천의 나목을 뒤흔드는 저 세찬 바람이 되라.
 
2010 추운 계절을 맞으며
 
금정산 범어사 화엄전 한주 무비
 
 
[불교신문 2681호/ 1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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