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우란분절을 맞아 열린 승공법회에서 신도들이 스님들에게 가사공양을 올리고 있다.

“7월15일은 항상 효순한 마음으로써 낳으신 부모와 내지 7대 부모를 생각하며 우란분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에게 공양하여 부모가 길러 주고 사랑하여 준 은혜를 갚는 것이니라. 너희들 일체의 불자는 응당히 이 법문을 받들어 지닐지니라.” - <우란분경>

불교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우란분절(백중)은 신통제일 목련존자가 지옥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스님에게 공양을 올린 데서 유래한다. 서울 국제선센터(주지 현조스님)는 지난 14일 경내 2층 법당에서 우란분절의 의미를 되새겨 스님들에게 가사와 장학금, 약 등 공양을 올리는 승공(僧供)법회를 봉행했다.

   
국제선센터 주지 현조스님이 외국인 학인 스님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승공의식은 천도재 중심의 기존의 우란분절 법회에서 탈피해 수행하는 스님에게 공양을 올림으로써 선망부모를 천도하고 살아있는 부모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우란분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긴 승공의식과 자비나눔을 실천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특히 공승(供僧)법회를 통해 수천명의 스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대만불교와 달리 승공의식은 사라진 채 천도의식으로만 우란분절 법회를 봉행해 오고 있는 한국불교에 새로운 신행모델로 제시됐다.

초기경전의 예법에 맞춰 진행된 이날 승공의식은 10명의 신도가 주지 현조스님 등 국제선센터에서 수행과 전법에 매진하고 있는 10명의 대중 스님에게 불법(佛法)을 상징하는 가사와 약을 공양했다. 10명의 신도는 가부좌를 튼 채 합장하고 있는 스님에게 가사를 올린 뒤 3배의 예로써 삼보에 대한 공경의 뜻을 표했다.

가사공양을 올린 장경진(52세, 법명 정혜월)씨는 “스님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법문과 신행지도로 중생들을 잘 이끌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승공의식에 동참하게 됐는데 너무나 환희심이 난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로 이뤄진 육법공양팀이 부처님께올리기 위한 공양물을 나르고 있다.

국제선센터는 불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보시금으로 국내외 학인 스님 4명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국제선센터는 스님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 출신의 욘뗀스님, 캄보디아 출신의 린사로스님, 철인스님, 보관스님 등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또한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미얀마 불자들의 신행공간이자 쉼터인 미얀마 담마뚜따 한국센터에 포교지원금을 전달하며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먼 이국땅에서도 신행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줬다.

또한 효(孝)사상을 강조한 우란분절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육법공양은 6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어르신 12명이 공양팀을 이뤄 부처님 전에 육법공양을 올렸다. 최고령자로서 차 공양을 올린 김현숙(84세, 법명 대보화)할머니는 “절에 60년 넘게 다니면서 다른 사찰에서 육법공양을 올린 적이 있긴 하지만 우란분절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 있어 더욱 더 뜻깊다”고 말했다.

   
불자들이 영가단에 청수를 올리며 선망부모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날 법회는 천도재와 연지국악예술단의 음성공양, 법문 등이 함께 마련됐다. 국제선센터 주지 현조스님은 법문을 통해 “불교 만큼 효사상을 강조한 종교는 없을 것”이라며 불교의 효사상을 강조한 뒤 “우란분절을 맞아 봉행한 승공의식을 통해 선망부모의 천도 뿐만 아니라 살아계신 부모님의 건강과 행복, 가정의 화목과 평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불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연지국악예술단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편 국제선센터는 지난 7월7일부터 3차례에 걸쳐 우란분절의 참된 의미를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특별강연을 가졌다. 특별강연은 지난 7월7일 서울 정수사 주지 지월스님이 ‘우란분절 신행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법문을 시작으로 7월14일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이 ‘불교에서 바라보는 효(孝)사상’, 8월11일 서울 상도선원 주지 미산스님이 ‘진정한 웰빙과 웰다잉’ 등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