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경시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은 태국 구호기금으로 내놓은 박윤진(사진 오른쪽 두번째)양에게 본지 주간 장적스님이 팔만대장경 모형판본을 선물했다. 이 자리에는 박 양의 부모도 함께 했다. 신재호 기자
“교리경시대회 특별상으로 받은 것이에요. 작은 마음이지만 뜻 있는 곳에 사용해 주세요.”

홍수 사태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태국의 또래 친구들을 위해 자신이 받은 상금 전액을 선뜻 내놓은 ‘아름다운 여고생’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윤진(18, 서울 신목고2)양이다.

박윤진 양은 지난 21일 태국 홍수사태 피해복구에 써달라며 100만원을 들고 본지에 직접 찾아왔다. 박 양은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교리공부를 하면서 교리경시대회에 응시해 상을 받게 됐다”며 “내 힘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상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박 양은 막상 기부를 결심하고 나니 어디가 좋을지 몰라 고민스러웠다. 그러다가 최근 불교신문이 보도한 태국 수해 피해 현장 기사를 접하고 이거다 싶었다. 박 양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내가 그냥 쓰는 것보다 더 크게 사용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박윤진 양은 지난 8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사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이 주최한 제3회 전국청소년교리경시대회에서 특별상과 입상을 수상했다. 특별상으로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상과 함께 받은 상금 100만원을 이번에 보시하게 된 것이다.

박 양은 목동 국제선센터(주지 현조스님) 개원부터 인연을 맺고 매주 일요일 열리는 청소년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신심 깊은 불자다. 또 나눔에도 관심이 많아 인근 복지시설에서 매주 빼놓지 않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가녀린 여고생의 아름다운 보시행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바로 가족의 힘이었다. 박 양의 가족은 일요일마다 국제선센터로 총출동한다. 부모는 일요법회에, 아이들은 청소년법회와 어린이법회에서 신행활동을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막내는 일요일이면 반드시 절에 가야 한다. 친구와의 놀이보다 가족 여행보다 법회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박 양과 함께 본지를 찾은 어머니 김희옥(49, 서울 신정동)씨는 “국제선센터를 다니면서 왜 더 일찍 불교와 인연을 맺지 못했는지 후회스럽기까지 하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면서 사랑과 행복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수근(50)씨는 “딸이 처음에 복지시설에 봉사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도리어 딸에게 나눔을 배우고 있다”고 대견스러워했다.

   
태국구호기금 100만원을 본지 주간 장적스님에게 전달하고 있는 박윤진 양. 신재호 기자
이날 상금을 전달받은 본지 주간 장적스님은 “박 양의 아름다움 마음과 귀한 생각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팔만대장경처럼 1000년이 지나도 향기를 내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도록 축원하겠다”며 해인사 팔만대장경 ‘반야심경’ 목판 모형판본과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 책을 선물했다.

종립학교인 동국대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인 박 양은 태국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직접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힘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어른이 돼서 꿈을 이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당찬 의지를 표현했다.

한편 본지는 박윤진 양의 기부금을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에 24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