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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불교신문[[포교현장에서] 이런 발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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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제선센터 작성일17-01-11 18:01 조회7,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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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현장에서] 이런 발원 어때요  
  • 보관스님 서울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 승인 2017.01.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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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이면 부쩍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스님, 우리 아들 어떡해요? 작년에 이어 재수까지 했는데 점수가 형편없어요.” 눈시울까지 적시며 안타까워하는 수험생 엄마들을 볼 때마다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안타깝다. 더욱이 올해는 ‘불수능’이라 할 만큼 시험이 어려웠단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바라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자녀를 보는 부모 마음이야 오죽할까. “명문 대학에 간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경주마처럼 명문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수험생 엄마에게는 내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을 것이다. 아마 스님은 세상살이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타박이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영성철학자이며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한 디팩 초프라는 자신의 두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늘 한 가지만 가르쳤다고 한다. “나는 너희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데만 집중해서 학교생활을 하지 않길 바란다. 너희의 독특한 재능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 그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도우며 살 것인지를 생각하렴. 만약 그 배움에 정신을 쏟느라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해도 걱정 마렴. 이 애비가 먹여 살리마.”

그의 자녀들은 이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지 궁리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의 짐을 들어주는 등 언제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찾아 나섰고 인류에 어떻게 봉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결국 한 사람은 하버드대학의 교수로, 또 한 명은 사업가로 크게 성장해 주변 사람들의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아이들의 마음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짓장과 같다. 가르치는 사람이 시험을 가장 중시하면 아이들은 시험만 생각하게 된다. 1등을 중시하면 1등만 생각한다. 돈을 중시하면 돈만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독특한 재능과 잠재력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1등의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아이들의 삶이 과연 행복할까?

배운 것의 전부가 시험인 아이들은 시험을 망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어쩌면 남의 것을 커닝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1등만 생각하는 아이들은 1등을 뺏기면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지기도 한다. 타인을 돕고 배려하며 사는 것을 교과서에서만 배운 아이들은 타인에게 베풀며 사는 미덕의 기쁨을 결코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인생의 역경에 맞서 이겨낼 인격체로 성장하고 타인을 도움으로써 세상에 기여하며 사는 성숙한 존재가 되는 길은 교과서에만 있지 않다. 타인을 배려하고 도울 시간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이곳 국제선센터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이들과 만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세상의 성공과 타인의 기준과 시선에 맞춰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인생의 굴곡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심지가 굳건한 성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2017년에는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사업이 잘 되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세요’라는 맹목적인 기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주세요’ 혹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와 같은 발원으로 신행하는 불자였으면 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불교신문3264호/2017년1월11일자] 

 

보관스님 서울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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